토성은 망원경으로 보면 몸통 둘레에 납작한 고리를 두르고 있어 행성 가운데 가장 눈에 띈다. 토성의 고리는 단단한 판이 아니라 수조 개의 얼음 조각이 토성 둘레를 각자 돌고 있는 것이다. 조각은 먼지 알갱이만 한 것부터 집채만 한 것까지 다양하고 대부분이 물 얼음이라 햇빛을 잘 반사해 밝게 보인다.
고리는 지름이 28만 킬로미터로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3분의 2에 이르지만 두께는 대부분 10미터에서 100미터밖에 안 된다. 종이 한 장을 운동장만 하게 펼친 셈이라 토성이 고리를 옆으로 보이게 기울면 지구에서는 고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얼음 조각이 납작한 원반을 이루는 것은 토성 주위를 도는 동안 서로 부딪히며 위아래 움직임이 사라지고 같은 평면에 모이기 때문이다.
고리가 생긴 까닭으로는 토성에 너무 가까이 왔던 얼음 위성이 조석력에 찢겨 부서졌다는 설명이 가장 유력하다. 큰 행성 가까이에서는 위성의 앞쪽과 뒤쪽이 받는 중력 차이가 커서 어느 거리 안쪽으로 들어오면 위성이 산산조각 난다. 이 한계선을 로슈 한계라 하는데 토성 고리는 정확히 이 안쪽에 있다. 그래서 조각들이 다시 뭉쳐 위성이 되지 못하고 고리로 남는다.
고리는 생각보다 젊다.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고리의 무게와 고리에 쌓이는 먼지의 양을 재어 보니 고리가 생긴 지 1억 년에서 4억 년밖에 안 된 것으로 계산됐다. 46억 년 된 토성에 비하면 공룡이 살던 때쯤 생긴 셈이다. 고리의 얼음이 아직 먼지에 덜 더럽혀져 밝은 것도 그 증거로 본다. 고리 안에는 양치기 위성이라 불리는 작은 위성들이 돌며 중력으로 조각을 밀어내 틈을 만든다.
고리는 영원하지 않다. 토성의 자기장이 고리 안쪽 얼음 알갱이를 끌어당겨 토성 대기로 비처럼 떨어뜨리고 있는데, 그 양이 30분마다 올림픽 수영장 하나를 채울 정도다. 이 속도면 1억 년 뒤에는 고리가 거의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목성과 천왕성, 해왕성도 고리가 있지만 가늘고 어두워 우리가 보는 화려한 고리는 토성이 유일하다.
토성의 고리는 부서진 얼음 위성의 조각이 로슈 한계 안에서 뭉치지 못하고 납작하게 도는 것이니, 우리는 우주 역사에서 잠깐 펼쳐진 얼음 원반을 운 좋게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