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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왜 세상이 조용해질까?


밤새 눈이 내린 아침은 창밖 소리가 사라진 듯 유난히 고요하다. 갓 내린 눈은 눈송이 사이사이에 공기가 잔뜩 갇힌 푹신한 층이라, 땅에 닿은 소리를 튕겨 내지 않고 그 틈으로 빨아들여 삼켜 버리기 때문이다.

 

소리는 벽이나 바닥에 부딪히면 튕겨 나와 이리저리 울리는데, 평소 도로와 건물처럼 단단하고 매끈한 표면은 소리를 거의 그대로 반사해 도시 소음이 멀리까지 퍼진다. 그런데 갓 쌓인 눈은 무게의 대부분이 공기일 만큼 성글어서, 소리가 눈 표면에 닿으면 무수한 작은 구멍 속으로 파고들어 벽에 부딪히며 힘을 잃는다. 스펀지나 흡음재가 소리를 잡아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효과는 눈이 많이 쌓일수록, 그리고 방금 내려 눌리지 않았을수록 크다. 연구에 따르면 몇 센티미터의 새 눈만으로도 소리의 절반 이상이 흡수되어 도로 소음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래서 눈 내리는 밤에는 멀리서 오던 차 소리와 발소리가 뚝 끊긴 듯 들리고, 눈밭에서는 옆 사람 목소리조차 가깝게만 들린다. 이런 성질 때문에 눈밭에서는 소리로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눈 오는 날 사람과 차가 줄어 실제로 소리가 적어지는 것과, 내리는 눈송이가 공중의 소리까지 흩어 놓는 것도 조용함을 더한다. 눈 내리는 하늘은 두꺼운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소리가 위로 퍼져 나가는 것도 막지 않아, 다른 날과 다르게 소리가 맥없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고요는 오래가지 않는다. 눈이 녹았다 다시 얼거나 사람에게 밟혀 다져지면 눈 사이 공기가 빠지고 표면이 단단해져 오히려 소리를 잘 반사한다. 그래서 내린 다음 날 얼어붙은 눈길은 눈 오던 밤보다 훨씬 소란스럽고,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까지 크게 난다.

 

눈이 내리면 조용해지는 것은 푹신한 눈이 소리를 반사하지 않고 빨아들이기 때문이니, 그 고요함은 눈이 아직 눌리지 않은 첫날 아침에만 잠시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The greatest glory in living lies not in never falling, but in rising every time we fall. – Nelson Mandela